
책소개
시간의 궤적은 『여름의 빌라』라는 책에 수록된 단편소설이다.
책장을 펼치자마자 가장 먼저 마주한 작품이 바로 '시간의 궤적'이었다.
서른의 나이에 프랑스로 미술사를 공부하러 떠난 ‘나’, 그곳 어학원에서 만난 ‘언니’, 그리고 훗날 내가 결혼하게 되는 프랑스인 ‘브리스’.
나와 언니는 파리에서 프랑스어를 배우기 위해 어학원에 다니며 처음 인연을 맺었다. 언어가 통해서였는지, 마음도 자연스럽게 통했다.
나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더 늦기 전에 꿈을 찾아 먼 나라로 왔고, 언니는 결혼을 앞둔 남자의 간청을 뿌리치고 오래도록 꿈꾸던 해외 주재원으로 파리에 왔다.
우리는 누군가 보기엔 불안해 보일지도 모를 인생의 궤적을 선택했고, 바로 그 점에서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프랑스에 남기 위해 프랑스인과 결혼을 선택했고, 언니는 주재원 임기를 마치고 결국 한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전혀 알지 못하던 타인으로 만났지만 자매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고, 속마음을 아무렇지 않게 나누던 사이였지만 결국 각자의 삶을 선택하며 헤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서로의 소식도 자연스럽게 끊겼다.
느낀 점
그게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한때는 세상에 둘도 없이 가까운 존재처럼 느껴지지만, 결국은 각자의 길을 가게 되고, ‘남남’이란 단어처럼 멀어져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도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어 왔지만, 지금 내곁에 남아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금이라도 카톡에 떠 있는 수많은 '친구'들 중 그 누구에게 말을 걸면 오랜만이라고, 반갑다고 인사할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굳이 그렇게 해서 인연이 또 얼마나 갈까 하는 생각에 섣불리 손가락을 움직이지 못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 곁을 스쳐지나간 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려 보았다.
모두들 잘 살고 있기를.
이 소설을 단숨에 읽게 된 건 단편이어서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내가 알고 있는 많은 유학생들의 삶과 주인공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유학을 가면 비싼 학비를 감당하며 열심히 공부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취업하기는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조금만 더 버텨보자는 마음으로 대학원에 진학하지만, 졸업을 해도 뚜렷한 돌파구가 생기는 경우는 드물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고, 애써 공부해온 노력이 아깝기도 하여 쉽게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그렇다고 외국에서 안정적으로 돈을 벌며 살 길이 뚜렷하게 열리는 것도 아니다.
유학가서 비싼 학비를 내며 공부를 하지만, 대학교 졸업 후 취업하기란 참으로 힘들다. 좀더 버티어 볼 요량으로 대학원을 더 다니기는 하지만, 역시나 대학원 졸업후에도 뾰족한 수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많은 타인의 이목이 있기도 하고, 또 애써 공부한 것이 아깝기도 해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딱히 외국에서 돈을 벌면서 살 수단이 쉽게 생기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를 만나서 국적을 얻고 그 외국에서 시민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삶의 궤적을 따르든 모두가 원하는 방향으로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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