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사나운 애착 - 비비언 고닉

이비츠 2025. 11. 8.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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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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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애증이다

비비언 고닉의 『사나운 애착』은 평생을 애증으로 얽혀 살아온 엄마와 딸의 이야기다. 서로 상처 주고 닮아가며, 결국 이해와 사랑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여성의 관계를 섬세하게 그린 작품이다.


엄마와 딸, 닮아가는 두 사람

평생을 살아오며 보아온 엄마는 내가 싫어하는 모습이면서, 동시에 닮아가는 존재다.
“엄마처럼은 살지 않을 거야.” 다짐하면서도 어느새 엄마처럼 말하고, 엄마처럼 행동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게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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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여성으로 자라며

고닉은 뉴욕의 유대인 거주 지역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녀의 어머니는 남편을 잃은 뒤, 두 아이를 키우기 위해 생계를 꾸려야 했다.
화장을 하고 면접을 보러 다니며 사무원으로 일했고, 퇴근 후에는 소파에 파묻혀 남편을 애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를 대학에 보내서 뭐 하느냐”는 세상의 편견에 굴하지 않았다.
“여자라고 대학에 가지 말라는 법이 있어?”  그 한마디는 엄마의 당당한 인생관을 보여준다.


동네의 여자들, 삶의 스승들

젊은 시절의 엄마 곁에는 여러 여인들이 있었다.
남자를 대하는 법을 가르쳐준 네티, 그리고 아이를 돌보며 서로 음식을 나누던 이웃 아줌마들.
입은 험하지만 마음은 따뜻했던, 평범한 뉴욕의 여성들이다.
그들은 여름이면 함께 방갈로를 빌려 아이들을 놀게 하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를 돌보았다.

그런 일상의 풍경 속에서 저자는 여성으로서의 삶, 그리고 관계의 온도를 배워갔다.


나이 들어도 끝나지 않는 애착

세월이 흘러 엄마는 일흔이 넘고, 딸은 사십대가 되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여전히 팽팽하다.
싸우고, 화해하고, 또 다시 상처 주며 살아간다.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다음과 같다.

“몇 년 동안은 서로 지쳐서 누그러들 때가 있다. 그러다가 다시 분노가 일어난다. 뜨겁고 생생한 증오와 미움, 너무 뜨거워서 관심을 모조리 빼앗아 갈 정도의 분노다.”

그들의 관계는 사랑이자 전쟁이고, 끊을 수 없는 유대다.
산책을 하면서도 서로를 할퀴고 비난하지만, 여전히 함께 걷는다.
그것이 모녀의 방식이다.


엄마를 통해 본 ‘여자로 산다는 것’

엄마는 평생 가정일을 하며 살았지만, 그 일을 결코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았다.
딸에게 요리나 청소를 가르치지도 않았다.
그녀는 부엌에서의 삶을 ‘여자로 산다는 공허함’이라 표현하며, 그 안에서 스스로 분노를 키워갔다.

비비언은 그런 엄마를 지켜보며 여자의 인생을 배웠다.
남자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선택하며 살아가려는 여정.
그러나 동시에 그 안에서 엄마의 그림자를 완전히 지워낼 수는 없었다.

“엄마는 내 안에 있다. 숨을 쉴 때마다 엄마를 들이마신다.
엄마라는 마취제를 들이마시고 취했고, 풍요로우면서도 숨 막히는 존재감 속에서 살아왔다.”

그녀는 엄마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하면서도, 끝내 그 존재를 사랑한다.
그래서 딸은 고백한다.
“그래도 엄마는 내 가장 오래된 친구가 아닌가.
이 순간,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도 있다. 엄마까지도.”


사나운 애착, 그러나 결국 사랑

『사나운 애착』은 결국 모녀의 연대와 화해의 이야기다.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온 두 사람은, 그 모든 고통이 사랑의 또 다른 얼굴임을 깨닫는다.

엄마와 딸, 두 여자의 관계는 싸움이자 배움이고, 결국엔 사랑이다.
이 책은 여성으로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그리고 엄마와 딸로 얽힌 모든 관계에 잔잔한 울림을 남긴다.


📚 한 줄 느낌:
“엄마를 이해하는 건 평생의 과제이자, 결국 나 자신을 이해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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