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이비츠 2026. 9. 29.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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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사진 출처: 교보문고)

 

‘지혜가 자라는 자’. 나티코. 그는 한창 일할 때인 이십대의 나이에 잘나가던 직업을 그만두고 태국의 숲속 사원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17년 동안 승려로 살면서, 명상하고, 공양하며, 단순한 생활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다 어느 날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따라 다시 세상으로 돌아왔다.

 

“앞으로 나아갈 때가 됐어.”

 

승려의 삶을 내려놓고 가족의 곁으로 돌아온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자신이 배운 명상을 사람들에게 가르치며 새로운 삶을 살았다.

 

나티코의 삶에서 인상적인 것은 한 번 선택한 길에 자신을 가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렵게 얻은 직장을 그만두거나 오랫동안 해온 일을 내려놓는 것을 실패처럼 생각하기 쉽다. 이미 너무 멀리 왔으니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티코에게 17년의 승려 생활은 다시 세상으로 돌아왔다고 해서 사라지는 시간이 아니었다. 그 시간은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지혜가 되었다.

직장인이었던 나티코도, 숲속에서 명상하던 나티코도, 가족과 함께 살아간 나티코도 모두 그의 삶이었다.

그러니 삶이란 처음부터 정해진 길을 끝까지 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맞는 방향을 다시 찾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나티코에게 루게릭병이 찾아왔다.

오랫동안 삶과 죽음을 바라보며 살아온 그에게 죽음은 어떤 의미였을까.

책에는 루앙 폰 쭌이라는 스님의 이야기가 나온다. 치명적인 간암을 진단받은 스님에게 의사는 방사선 치료와 화학요법, 수술을 포함한 긴 치료 과정을 설명했다. 이야기를 다 들은 스님이 함께 온 승려에게 건넨 말은 짧았다.

“의사는 죽지 않나 봐?”

 

우리는 죽음을 이겨내야 할 적처럼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더 살기 위해 치료를 전쟁같이 치열하게 한다. 하지만 나티코는 죽음을 삶의 반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탄생의 반대에 더 가깝다고 했다.

자신의 마지막이 오면 누군가 싸우라고 말하기보다 편안히 내려놓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바랐다. 곁을 지켜주고, 감사했던 것들을 함께 기억해주기를 원했다.

그리고 아내에게 부탁했다.

마지막 순간이 오면 침대에 올라와 자신을 안아주고 눈을 바라봐 달라고. 이생에서 마지막으로 보는 것이 아내의 눈이었으면 좋겠다고.

 

나티코는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하기 위해 그의 아버지가 그러했듯이 스위스로 향했다.

“그동안 멋지게 사셨죠” “그래, 너는 그럴줄 알았다” 나티코의 아버지가 죽음을 맞이할 때 나티코와 나눈 대화이다. 나티코도 아버지와 같이 죽음을 선택하고, 생을 마무리 했다.

 

나티코는 삶의 방향을 여러 번 바꾸었다. 직장을 떠났고, 숲으로 들어갔으며, 다시 세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자신의 죽음까지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이전의 삶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에게 과거의 선택은 잘못된 답이 아니라 다음 삶으로 이어지는 과정이었다.

 

지금 가는 길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틀릴 수도 있다. 오랫동안 옳다고 믿었던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의 시간이 잘못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삶에서 중요한 것은 한 번도 틀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다시 선택할 수 있는 용기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죽음은 그 선택의 시간이 끝나는 순간일 것이다.

그래서 살아 있는 동안 한 번쯤은 생각해보고 싶다.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언젠가 마지막 순간이 온다면 어디에 있고 싶은가.

누구의 손을 잡고 싶은가.

누구의 눈을 바라보고 싶은가.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이 말은 내가 잘못 살았다는 뜻이 아니라, 아직 다른 가능성이 있다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나티코의 17년이 그의 삶에서 사라지지 않았듯, 우리가 지나온 시간도 새로운 선택을 한다고 해서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조금 늦더라도 멈춰서 물어보고 싶다.

나는 지금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그리고 언젠가 마지막 순간이 왔을 때,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그동안 잘 살았어요.”

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는가.

그 질문을 잊지 않는 것.

어쩌면 그것이 이 책이 내게 남긴 가장 큰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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