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사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 공허한 십자가(작가 : 히가시노 게이고)를 읽고

이비츠 2026. 9. 27.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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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십자가》는 사형제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범죄자에게 딸을 잃은 사요코는 사형제도가 범죄자를 응징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형을 한다고 해서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피해자 가족에게 사형은 단순히 범죄자를 죽이는 형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뒤 남겨진 사람들이 고통을 견디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범죄자가 처벌받았다는 것이 고통의 극복과정에 필요한 하나의 통과의례인 것이다. 

사형제도를 폐지하면 범죄자를 처벌하기 위한 여러 과정 가운데 하나가 사라지고, 피해자 가족은 자신들이 겪은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또 다른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사형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인간이 인간을 법의 이름으로 죽인다는 것이 인간답지 못하게 느껴졌고, 무기징역이라는 형벌이 있다면 굳이 사형까지 선고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동안 나는 사형을 선고받는 범죄자의 입장이나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만 생각했을 뿐, 사랑하는 가족을 살인으로 잃은 사람들의 입장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사요코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사형이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도 없고 피해자 가족의 상처를 완전히 치유할 수도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사형이 피해자 가족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평생 짊어지고 살아가야 할 상실의 고통을 생각한다면, 사형은 완전한 해답은 아닐지라도 피해자가족에게 하나의 ‘통과의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 책의 매력은 사형제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추리소설가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치밀한 구성과 추리도 돋보인다.

사요코의 죽음을 둘러싸고 남편이었던 나카하라는 끈질기게 사건의 진실을 추적한다. 처음에는 단순해 보였던 사건은 조사를 거듭할수록 예상하지 못했던 과거와 연결되고, 결국 범인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밝혀내는 데까지 이른다. 범인의 살해 동기를 따라가다 보면 단순히 ‘누가 범인인가’를 알아내는 추리소설과는 다른 질문을 만나게 된다.

‘사람을 죽인 범죄자는 어떻게 처벌받아야 하는가?’
‘피해자의 가족에게 진정한 의미의 용서나 구원은 가능한가?’
그리고 ‘범죄자의 삶을 어디까지 이해해야 하는가?’

《공허한 십자가》는 이런 질문에 쉽게 답을 내리지 않는다. 오히려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 채 생각하게 만든다.

사형제도에 대한 사회적 논쟁과 범인의 살해 동기를 밝혀가는 추리가 절묘하게 맞물리면서, 단순한 추리소설을 넘어 인간의 죄와 벌, 피해자의 고통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 되었다.

책을 덮고 나서도 사형제도가 옳은지 그른지 쉽게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다. 다만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피해자 가족의 입장을 바라보게 되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의미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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